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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성자 <비노바 바베>와 <마더 테레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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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성자 <비노바 바베>와 <마더 테레사>를 읽고
  • 왕인정 기자
  • 승인 2012.08.2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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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베풀 것을 가지고 있다
  

<‘야식배달부 목청킹’ 김승일 한국의 ‘폴 포츠’ 부상> 며칠 전 경향신문의 한 기사를 장식한 헤드라인이다.

김승일 씨는 SBS 스타킹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성악가다.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어머니가 뇌출혈로 돌아가시면서 학교를 자퇴하고 택배 배달, 나이트클럽 호객 행위, 야식 배달 등을 하며 살아왔다. 그사이 노래는 절로 잊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노래실력을 아낀 야식집 사장님이 스타킹의 목청킹 프로젝트에 김승일 씨를 제보한 덕분이었다. 방송 출연 이후 그는 배우 조재현 씨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다가오는 4월 24일(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생애 첫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가끔 말하곤 하는 기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기적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 같다. 뛰어난 노래실력을 갖고도 야식 배달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김승일 씨가 꿈을 포기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그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그의 사정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말이다.
 
기사의 마지막에서 김승일 씨는 그 ‘기적’의 씨앗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노래의 의미를 ‘나눔’에 두고 싶다. 혼자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나누고, 수익이 생기면 누군가를 돕는 가수가 꿈이다.”

 기적은 어쩌면 나눔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서 받은 사랑을,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김승일 씨의 변화, 그 자체가 기적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본 “모든 사람은 베풀 것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것은 인도의 성자 ‘비노바 바베’의 말이기도 하다. 비노바 바베는 ‘빈자의 어머니’인 마더 테레사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빈자의 아버지’라 칭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가난한 자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혁명가적 성자다.

이번 주말에는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있을 ‘마더 테레사’와 ‘비노바 바베’의 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두 성자의 이야기에서 ‘사랑’과 ‘나눔’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지녔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의미에서 말이다.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 비노바 바베
 

▲ 사랑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 성자가 된 혁명가 비노바 바베 포토 명상집
 
 사랑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 성자가 된 혁명가 비노바 바베 포토 명상집
  

“도둑질은 범죄이지만 많은 돈을 쌓아놓는 것은 도둑을 만들어 내는 더 큰 도둑질입니다.

돈이 많다는 사실로만 존경받는 자리를 내주면 안 됩니다.

만약 당신이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다면 땅 없는 가난한 이들을 여섯 째 아들로 생각하고 그를 위해 소유한 땅의 6분의 1을 바치십시오!"
 
 스승인 간디조차 존경을 표했던 비노바 바베, 그는 13년간 맨발로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지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그로 하여금 이처럼 긴 여정에 오르게 만든 것은 생계를 위해 땅이 필요한 하리잔들에게 자신의 땅 100에이커를 선뜻 헌납하는 한 지주의 결정이었다. 그 지주의 행동은 아마도 스승의 뒤를 이어 비폭력 생명평화운동을 펼쳐나가던 그의 눈에 비폭력 사상을 현실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였을 것이다. 가난한 자들을 여섯 째 아들로 여기라는 그의 호소에 13년간 지주들이 헌납한 땅은 무려 500만 에이커에 달한다. 한국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비노바는 그 땅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었고, 이 운동은 물질과 폭력으로 얼룩진 오늘을 살아가는 세계인들의 경종을 울리며 ‘나눔과 사랑의 힘’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무후무한 기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에는 비노바의 제자인 구탐 바자이가 30년 동안이나 그의 행적을 좇으며 찍은 흑백사진 수백여 장이 실려 있다. 비노바가 평소 사진 찍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거의 유일한 그의 생전 모습이라고 한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아련한 흑백 사진으로 펼쳐지는 그의 행적에, 비노바 사상의 정수가 담긴 글귀들을 덧붙여 그의 생애가 더욱 감동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그에게 어떤 칭호를 붙여야 그를 존경하는 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사랑과 성품에 나는 가슴이 벅찰 지경이다.” -간디
 
 

** 이 책은 <홀로 걸으라, 그대 가장 행복한 이여>라는 제목으로 수년 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의 개정판이다.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 소박한 기적: 마더 테레사의 삶과 믿음
 

소박한 기적: 마더 테레사의 삶과 믿음

 “저는 빈민가에서, 쓰러져 있는 몸에서, 버림받은 어린이들 안에서 목마르다고 외치는 그 예수님을 봅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백 명 안에서! 어떻게 못 들은 척 혹은 무심하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목말라 애타는 그분에게 사랑 한 방울 드리지 않고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테레사 수녀는 콜카타 빈민들을 위해 <사랑의 선교회> 수도원을 세우고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실천했다. 그리고 기아와 병고로 고통 받으며 길가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금자리와 버려진 아이들 보호시설도 마련해 운영했다. 때때로 아이들과 병자들에게 줄 음식과 약품이 떨어져 그들을 돌보던 수녀들을 무척 난감하게 만들었지만, 놀랍게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크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마더 데레사의 믿음은 철저한 자기희생으로 이어졌고, 주위를 변화시키는 소박한 기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기적의 순간들을 감동적으로 담아내며, 종교와 인종, 신분을 초월한 조건 없는 나눔을 펼친 마더 테레사의 삶을 진지하게 전하고 있다. 마더 테레사의 자기희생적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그의 변치 않는 믿음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책이다.
 
 “마더 테레사는 세상의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묵묵히 봉사하는 삶을 사셨다. 어머님의 말씀에 따라 바닷물에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그런데 그 결과는 엄청났다.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고 세계 곳곳에 해일이 일었다. 수녀님 생애 내내,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도 그 사랑의 해일은 멈출 줄을 모른다. 바닷물에 돌을 던지는 것이 하나마나한 행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심심풀이로 또는 장난으로 바닷물에 돌을 던지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돌 하나를 던지더라도 자신의 온 존재를 걸고 던지면 해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지극함과 무한한 열정이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우 황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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