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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열일곱! 청소년을 위한 자양강장도서 Bes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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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열일곱! 청소년을 위한 자양강장도서 Best 4
  • 왕인정 기자
  • 승인 2012.06.2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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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힘이 될 성장 소설 모음

십 대.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어린 나이에도 괴로움은 있었고 심지어 죽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뭐가 그렇게 절망적이었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죽고 싶었던 건지 지금에 와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뻔한 말 같지만, 삶은 끝없는 통과의례의 여정이다. 고비를 넘기고 나면 과거의 장애물은 더는 고통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 십 대의 상당수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걸 견디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참 좋겠다. 외로운 십 대의 감성을 위로하기 위해 나온 청소년 성장 소설을 모아봤다.

 

1. 열일곱에겐 반전이 필요해! 『멋지다 열일곱』

▲ <멋지다 열일곱>

한창욱 저 / 예담 / 2011년 3월 / 10,000원

한때 잘나가는 농구선수였던 재하,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고는 꿈도 미래도 불확실한 채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유일한 꿈은 멋진 바이크 한 대를 자기 힘으로 장만하는 것이지만, 성적은 바닥 꿈은 제로인 그에게 '두카피 999R'은 환상일 따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스에 참가했다 학원비만 날리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재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첫사랑 다연의 문자메시지를 받게 된다.

『멋지다 열일곱』은 목표도 방향도 불확실한 열일곱 살 꿈에 관한 이야기로,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개인적인 슬픔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이크에 대한 동경과 농구에 대한 미련, 미래에 대한 갑갑함과 첫사랑의 설렘으로 성장통을 앓는 주인공 재하와 당차고 똑똑하지만 이혼한 부모에 대해 애증을 느끼는 다연,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일자리에 뛰어든 창수, 자타공인 공부 꼴통이었다가 전교 1등으로 화려하게 거듭난 태훈은 그저 삐딱하기만 할 것 같은 열일곱에게도 꿈을 향한 고민과 아픔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꿈을 가지라는 말이 주는 공허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땅의 평범한 열일곱이라면,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공부만을 강요하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책은 어느 날 덜컥 이루고 싶은 꿈을 마주했을 때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취할 수 있는 7가지의 지침을 제시한다. 이제껏 미래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본 적이 없는 열일곱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실…… 그동안 날 힘들게 했던 건 가난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어. 나 혼자 살아가기도 버거운데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어. 한동안은 세상이 시베리아 벌판처럼 황량하게만 느껴졌지. 그런데…… 외삼촌을 만나고 온 날 밤, 깨달았어. 내가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꿈이 그 자리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는 것을. 먹구름에 저 별이 가려지듯이, 내가 두렴움에 떠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거야.


2. 분노의 잽이 아닌 희망의 펀치를 날려라, 『완득이』

▲ <완득이>
김려령 / 창비 / 2008.03 / 8,500원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주인공 완득이는 괴짜 담임 똥주에게 휘말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은 잘하는 놈들의 배경이나 서주는 게 제 역할인 거라며 공공연히 떠벌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가, 담벼락 하나 사이에 두고 붙어 살며 멋대로 빈민 수급대상자에 이름을 올려서는 밤낮으로 수급품을 뜯어가는 통에 살 수가 없다. 가난한 데다 공부에도 소질이 없이 그저 믿을 수 있는 것은 주먹 하나뿐인 완득이에게 담임 똥주는 처단 대상 1호다.

똥주가 어서 죽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완득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유쾌하고 유려한 필치와 이보다 더 이상할 수가 없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미래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으로 청소년 독자들을 선도하려 들지 않고 남루하고 초라하며 궁색한 삶의 모습을 굳이 미화하려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지루박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최고인 난쟁이 아버지와 말더듬이 삼촌, 하인처럼 사는 삶에 진절머리를 내며 집을 나간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 등 정상적이지만은 않은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도 작가의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다. 잘난 것은 아니지만 착한 사람들. 똥주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도 빠지게 되는 완득이는 킥복싱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게 된다.

삶은 공부나 돈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냥 부족하고 어눌하기만 한 사람들이지만,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완득이는 함께 사는 삶에 대해서, 사랑하며 사는 삶에 대해서 깨닫는다. 킥복싱 대회를 준비하면서 완득이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동시에, 더 이상 분노의 잽이 아닌 희망의 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진다. 완득이가, 성장한 것이다.

멈춰버린 동네에서 내가 움직인다. 느낄 수 있다.

전에는 나만 멈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만 움직인다. 나, 대회에 나간다. 나 지금 스텝 바이 스텝 중이다.


3. 거슬릴 땐 확 밀어버려, 『열일곱 살의 털』

▲ <열일곱살의 털>
김해원 / 사계절 / 2008년 08월 / 8,800원 / 제4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

일호의 할아버지는 이발사다. 할아버지는 매해 일호의 생일이 되면 머리를 깎아주곤 하셨는데, 머리카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욕망이 뒤엉켜 있다고 믿으시는 때문에, 일호의 머리는 빡빡이 그 자체다. 학교에서 모범두발로 인정할 정도로 바짝 깎은 머리스타일에도 별 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던 일호는 어느 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학교의 체육 선생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며 위협했던 것이다. 일호는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싸우기로 결심한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중심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하나는 일호의 두발 규제 반대 시위와 할아버지의 재개발 반대 시위 사건이다. 일호는 청소년의 자율을 인정하지 않는 육식공룡과도 같은 학교 세력에, 할아버지는 개발의 이익을 평등하게 나누지 않는 재개발 정책에 맞서 싸운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면 꽉 움켜쥐고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각하고 고민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제 고작 열일곱일 뿐인데,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바로 그런 의심과 소심한 태도가 나쁜 거다. 그 생각이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고 무기력하게 한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반대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열일곱 살의 일호가 제 머리털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다.


4. 가족에겐 돈이 아니라 사랑을 요구해야지, 『불량가족 레시피』

▲ <불량가족 레시피>
손현주/문학동네 / 2011년 01월 / 9,500원 / 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여고생 여울이네 집에서 ‘엄마’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세 남매의 엄마가 모두 다르고,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울이 엄마는 나이트클럽 댄서였다. 여울이는 그게 싫어서 상상 속에서 엄마를 만들어낸다. 그런 여울이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코스튬플레이다. 어느 날, 여울이에게 큰 고난이 닥친다. 도덕 시간 수행평가 과제로 자서전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것도 가족사를 포함해서! 아빠의 무임금 노동 착취와 무관심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언니, 오빠, 삼촌과 자신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불법을 저질러 구속된 아버지. 이 얘기를 어떻게 쓴단 말인가. 그러나, 잘만 쓰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코스튬플레이를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여울이의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들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은,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모든 가장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리고, 아빠가 돈 버는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 가족은 해체되어 버리는 이 기형적인 구조는,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은 행복하기 위한 집단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업화된 공장이 아니다.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간에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가족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사랑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에서조차 기능과 효율을 요구하는 세태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하고 조롱해야 한다. 아빠는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니다. 자녀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가정은 서로를 사랑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가족은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다시 뭉쳐야 할 때가 온 거다.

대책 없는 가족이지만 이제는 내가 그들을 기다릴 차례다. 권여울, 행인1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주인공이 드디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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