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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자의 자격이 필요할 때 꼭 읽어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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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자의 자격이 필요할 때 꼭 읽어야할 책
  • 왕인정 기자
  • 승인 2012.06.13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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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초입에 선 여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책

서른 살, 뭔가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사소한 일에 훌쩍거리고 주변에서는 하나둘 친구들이 시집을 가고, 그나마 직장은 잘 다니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헛헛한 퇴근길 발걸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진다.
열심히 달려온 것뿐인데, 주변 친구들이며 선배들 후배들마저 각각 자기 생활에 바쁜 것 같고 외로운 마음에 남자친구를 찾지만,  그에게서마저 뭔가 100퍼센트 충족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서른 살, 30대를 겨냥한 책들이 많은 걸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른 살, 30대 여성들이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위로를 얻을 수 있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1. 제목 그대로,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최갑수 지음 / 2007년 3월 출간)


제목만으로도 내 마음을 울렸던 책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시인이자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갑수 씨의 포토에세이인 이 책에는 쓸쓸한 사진과 찬바람 냄새가 나는 문체들이 가득하다. 표지에서처럼 나만을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던 어느 날,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이 책을 읽어내리고 차만 있었다면 그날 당장 짐을 꾸려 떠났을 것이다.

10년 동안 바람처럼 꿈결처럼 낯선 길을 떠돌며 그가 채취해 온 것은 일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할 인생의 소중한 단면들이다. 생의 비의를 한 번에 감싸안는 풍경들, 고독을 더욱 아름답게 벼려주는 오브제들을 카메라로 담아내면서 그의 삶은 시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은 길 위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인이 각박한 삶, 지리멸렬한 일상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무의 서이자, 낯선 여행길로 이끄는 수줍은 손길이다.

서른 살,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 고독을 느끼는 나날이 늘어갈수록 나를 위한,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지내온 나에게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날 이 책을 나를 위해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쓸쓸하게 느껴지는 이 책을 읽고나면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인생은 끝까지 가려는 의지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래서 끝으로 갔다.
생이 자꾸만 끝으로만 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차라리 내가 자진해서 끝가지 가보자고 해서
땅 끝으로 간 것이었다.
땅 끝에서
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
바다를 보았다.
그 바다가 너무 넓어 울었다.
해 지는 바다가 너무 아파서 울었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땅 끝에서도 아침 해는 뜨는구나 하며
또 울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었다.
땅 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땅 끝에서-



2. 기대해도 좋을 내 인생을 위해, 프린세스 라 브라바!

▲ <프린세스 라 브라바>
(아네스 안 지음, 2010년 3월 출간)


평상시에 자기계발서라 지정한 책들은 잘 읽지 않은 내게 이 책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눈물 흘리며 보다가 문득 관객석의 박수 소리와 함께 말하는 ‘브라바Brava!'라는 단어에 꽂힌 나는 포털 사이트에 브라바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프린세스 라 브라바>이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제목,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의 저자인 아네스 안이 3년여의 취재기간을 거쳐 대한민국 땅이 아닌, 미국 그것도 유학 없이 한국에서 문득 자신의 무대를 옮겨가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어가고 있는 8인의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그렇게 선입견 반 호기심 반으로 책의 첫 장을 펼쳐들었을 때, 나는 문득 내가 찾고 있던 책이 이 책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래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어, 그러니 앞으로도 잘될거야 라고 말이다.


“이탈리아어 브라바Brava는 ‘브라보’의 여성 명사로 공연이 끝난 후
여성 출연진들에게 박수와 함께 보내는 ‘잘했다, 훌륭하다’는 의미의 찬사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프린세스들에게 보내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 당신의 인생 기대해도 좋아요’라는 의미의 메시지입니다”

이탈리아어 브라바에 긍정의 미래를 담은 이 책을 지쳐 있는, 눈물을 터트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 이 시대의 많은 서른 살, 30대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한 중년 신사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 사진이었는데, 그의 옆에는 첼로가 세워져 있었다.
사진 속에서도 비가 오고 있었는데, 그 신사는 온몸이 흠뻑 젖도록 비를 맞으면서도 첼로만은 우산으로 씌우고 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그날 그 분위기에서 눈에 들어온 사진은 우리 네 명의 가슴을 울렸다. 사진 속의 신사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내 꿈을 비 맞게 할 수 없다’고."



3. 정말 묻고 싶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2002년 출간)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20대에는 이해할 수 없던 내용들이 정말 신기하게도 서른 살, 문앞앞에서 서성이니 구구절절 맞는 말 같았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알랭드 보통이 말하는 사랑. 만나서 사랑하고 질투하고 헤어지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마르크스, 파스칼 등 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하며 사랑을 철학적으로 분석해낸다. 그러나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다. 오히려 읽는 이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의 위트와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다.


"굉장한데. 내가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동안 이걸 다 준비했다는 거야?"
"내가 누구처럼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지. 자, 식기 전에 먹자고."
"이런 걸 다 준비하다니 정말 좋은 사람이야."
"쓸데없는 소리."
"아니, 정말로. 나는 매일 이런 아침상을 받는 게 아니거든."
나는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말했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지는 않고, 내 손을 잡더니 잠시 꼭 쥐었다.
"그렇게 기분 좋아할 필요 없어. 이건 특별히 차리 게 아니었거든. 나는 주말마다 이렇게 먹는단 말이야."

나는 그녀 말이 거짓말임을 알았다. 그녀는 낭만적인 것을 비웃는 데다, 감상적인 것을 배격하는 데에,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고 거리감을 보이는 데에 약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정반대였다. 이상주의적이고, 몽상적이고, 베풀려고 하고, 입으로는 질질 짜는 것이라고 배격하는 모든 것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고백하건데, 많은 여성들이 정말 위의 주인공과 같다. 많은 여자들이 로망을 꿈꾸지만, 정작 그러한 상황 앞에서는 고개를 절로 저으며 쿨한 척하고, 모든 사랑에 다하는 척한다. 그러나 뒤돌아서서는 눈물콧물 쏙 빼도록 체류성 영화를 좋아라하는 우리들. 그래서 사랑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 알 것 같다고 자부한다.

서른 살, 사랑에 목마르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항상 그 앞에서 머뭇거리는 우리들에게 다시금 사랑에 대해 쿨한 명제를 가르쳐주는 책.

읽어본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읽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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