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3-29 18:39 (금)
2000년대 여류 소설가 Best 3
상태바
2000년대 여류 소설가 Best 3
  • 왕인정 기자
  • 승인 2012.06.11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 주목할 만한 여류 작가 작품집 소개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전통을 벗어던진, 2000년대 여류 소설가 Best 3

여류작가가 변하고 있다. 서정성을 무기삼아 섬세하고 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줬던 90년대 여성작가들은 간데없고, 맨몸으로 뛰어다니는 날것의 ‘그녀’들이 문단을 장악하고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2000년대 여류작가들은 더 이상 시대의 피해자가 아니다. 내면의 상처로부터 탈피했으며 시대적 담론에도 시니컬하다. 전통에도 권위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소설의 격전지에 뛰어든 3명의 여류작가와의 만남.

1. 한유주

1982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 석사.

2003년 제 3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

2009년 <<얼음의 책>>을 발표.

그녀의 단편 <달로>에는 알 수 없는 문장이 등장한다.

▲ 얼음의 책
▲ 달로
“몸, 몸들, 몸, 몸에서 돋아나 몸을 먹어 치운 입, 입들, 입, 입에서 삼켜져 다시 몸이 된 몸, 몸들, 몸, 몸에서 몸을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 입, 입들, 입, 입이 탐했던 몸, 몸이 담했던 입, 입들, 입과 몸, 몸, 몸들에게서 나는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게 뭘까. 그녀도 왜 자신이 이런 글을 쓰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그녀는 세상을 감각하는 데 아무런 기승전결이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이 개별적으로, 파편처럼 존재한다고 말한다. 시작도 없이 끝도 없이. 대학교 1학년 때 과제로 쓴 소설이 덜컥 문예지에 당선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말을 줄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라는 작가 후기를 남길 만큼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만한 작가다.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무엇을 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그녀. 그녀의 소설은 영감으로 쓰는 영혼의 외침이다.
**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가 소설을 TM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돈은 모르겠지만, 과연 저들에게는 각자의 방이 있다. 좀 이상하고 괴팍한 것 같지만, 그래도 들어가보고 싶은 방. 계속해서 지켜본다면, 퍽 재미있을 것이다. 그녀들의 방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2. 윤이형

1976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출판사와 영화잡지 등에서 9년간 일하다가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검은 불가사리>가 당선.

2007년 <<셋을 위한 왈츠>> 발표.

 

▲ 셋을 위한 왈츠
 본명은 윤이슬. 서른이 되던 해에 ‘지하’라는 필명을 사용했고, 이제 ‘윤이형’이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기분 나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담임선생에게 두들겨 맞은 기억이 있다.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친해진 네 살 연상의 소설가 박상과 결혼했으며, 사람을 쉽게 사귀는 그녀의 남편은 핸드폰 사용요금도 무척 많이 낸다. J.D.샐린저의 <시모어, 서문>이라는 단편소설에 나오는 구절“오로지 네 별들이 다 밖에 나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다른 이유는 없이 내가 다섯 시까지 버티게 해줘.”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로저 젤라즈니, 하일라인, 머슐로 로긴 등의 SF 소설작가들을 추종한다. 이메일 아이디 janejones는 영화 <클로저>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다. 있을 법하지만, 절대로 뻔하지는 않은 그녀 세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녀의 작품에도 궤변같은 혼란함이 존재한다.

“한 문장이 떠오르거나, 이상한 이미지가 꿈자리에서 보이면 그게 소설이 돼요. 상상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써집니다.” 숫자 ‘3’에 대한 공포감을 지닌 화자(<셋을 위한 왈츠>)나, 무규칙변종화자(<피의 일요일>)가 보이는 병증은, 그녀 내면에 숨겨진 괴팍함일수도 통증일수도 있다.

 

3. 편혜영

1972년 서울 출생. 한양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이슬털기>로 등단.

 

대표작으로 <<사육장 쪽으로>>, <<재와 빨강>> 등이 있다.

 

▲ 재와 빨강

개구리들은 그녀의 손이 닳을 때마다 눈알이 터지도록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터진 눈알에서 흘린 피로 몸을 물들였다.

태어난 것이 개구리라고 해서 당황한 사람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다.”


불편한 문장이다. 그녀의 첫 소설집 <아오이 가든>에 등장하는 위 문장은 누군가에겐 열렬한 사랑을, 누군가에겐 싸늘한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그녀 소설의 운명을 예고한다. ‘엽기적’이라는 표현에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는, 그녀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질문을 하면 할수록 어쩔 수 없이 어둡고 그로테스트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전의 작가들은 전쟁이나 이념 같은 명확한 시대적 명령에 따라 소설을 써야 했지만, 그녀는 그런 이데올로기로부터는 무척이나 자유롭다. 하지만 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만큼 그녀 스스로의 세계에 대한 해답을 내려야한다는 또 다른 사명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엽기’로 그녀의 존재를 증명한다. 물론,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 아오이 가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