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디는 이번달 유럽 영화사항 최고가 판권 계약을 했고 애드거상과 대거상 노미네이트작이기도 한 '페일 블루 아이' 소설을 이달 초 출간했다고 밝혔다.
『페일 블루 아이』는 19세기 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뉴욕 출신의 은퇴 형사 랜도와 1학년 생도 포가 해결해나가는 이 이야기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고전적인 추리소설이자 동시에 역사소설로 읽힌다. 『페일 블루 아이』의 배경인 1830년 웨스트포인트는 에드거 앨런 포가 당시 실제로 복무했던 미육군사관학교이다. 작품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오거스터스 랜도는 포의 작품 「랜도의 오두막」의 주인공 ‘랜도’와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속 캐릭터 ‘오귀스탱’ 뒤팽에서 이름과 성격을 가져온 듯하다. 1인칭 시점의 전개, 범죄를 숨기는 트릭, 암호와 흑마술, 영혼과 마법… 포의 실제 이력과 작품 요소를 치밀하게 쌓으며 전에 없던 거대한 그림으로 완성한다.
지휘관과 부하 또는 탐정과 조수, 혹은 아버지와 아들처럼 독특한 관계 속에서 우정을 느끼는 두 주인공은 더할 나위 없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철저하게 서로를 속인다. 작가 루이스 베이어드가 에드거 앨런 포를 오마주하는 것처럼, 작품 속 인물들도 서로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며 독자에게 진실의 단서를 넌지시 제공한다. 동시에 이 신실한 경의 표시는 예측을 벗어나며 서로를, 그리고 독자를 배반한다.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진 독자라면 매 문장마다 각주를 달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물론 장르 마니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소설이 끝나면 독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 것이다.(<커커스 리뷰>)”라는 평가처럼, 한차례 읽고 나면 앞으로 돌아갈 때마다 작가가 숨겨 놓은 장치들을 새삼 발견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