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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가서 즐기는 브런치 타임에 읽으면 좋을 책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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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가서 즐기는 브런치 타임에 읽으면 좋을 책 BEST 3
  • 왕인정 기자
  • 승인 2012.06.11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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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주말 더 늦기 전에 파란 하늘 아래, 푸르른 잔디밭으로 출근해보자

여름 내음이 아직 물씬 풍기지 않는 늦봄이다. 아직은 소풍가기 좋은 바람이 살갓을 즐겁게 한다. 여름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주말 더 늦기 전에 파란 하늘 아래, 푸르른 잔디밭으로 출근해보자. 도시락이 귀찮다면 김밥 한줄, 호타루가 즐겨 먹던 기네스GUINNESS 맥주 한 캔을 벗 삼아 근처 공원으로 나서보자. 물론 옆에 마음 맞는 이성친구 혹은 애인 그도 아니라면 동성친구를 어떻게든 엮어서 가면 좋겠지만.

이런 날은 혼자 용기 있게 나서보는 것도 적극 권할 일이다.

MP3에서 영국의 미소년 가수 바우터 하멜의 가 흘러나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 자 그러면, 혼자인 외로움을 덜어줄 책들을 한번 살펴볼까?


1. 그곳에 가고 싶어라, 달팽이 식당
- 원제: 食堂 かたつむり, 오가와 이토 지음 / 2010년 2월 출간

▲ 달팽이식당
일드 <런치의 여왕ランチの女王)>을 보고 한창 오므라이스에 빠졌고, <카모메식당かもめ食堂>을 본 뒤에는 한동안 오니기리로 점심 메뉴를 해결했고, 내가 꼽는 상반기 혼을 쏙 뽑았던 드라마 <파스타>를 보며 봉골레 파스타를 찾을 만큼, 음식 관련 드라마나 영화는 나에게 일상의 소소한 재미 이상을 넘어선, 쾌락, 낛, 즐거움의 테마였다.
그랬기에 <달팽이 식당>의 등장은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오늘은 어떤 식당을 찾을까 하는 마음으로 표지를 펼친 내게 이 책은 처음에는 슬쩍슬쩍 웃음을 흘리게 하더니, 나중에는 무언가가 가슴을 살짝 쥐었다가 놓은 듯한 뭉클한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링고는, 텅텅 빈 집과 맞닥뜨린다. 동거하던 연인이 돈과 살림살이 전부를 가지고 사라져버린 것.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고 완벽한 외톨이가 된 그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달팽이 식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식당을 연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은 하루에 단 한 팀. 하지만 손님의 취향과 인품에 대해 철저히 사전조사를 한 후, 상황에 딱 맞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이 작디작은 식당에, 어느 날부턴가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마음의 위로, 치유가 필요한 날 이 책을 펼쳐들고 잔디밭에 누워 있노라면 그 어떤 상실감도 한큐에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내 가슴속에 넣어놓고 열쇠로 꼭꼭 잠가두자.
아무에게도 도둑맞지 않도록
공기에 닿아 색이 바래지 않도록
비바람을 맞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2. 당신의 어느 멋진 날은 언제입니까?, 파인 데이즈
- 원제: Fine Days, 혼다 다카요시 지음, 2010년 6월 출간

▲ 파인 데이즈
눈부신 유채꽃밭 위로 뛰어가던 청년의 뒷모습인 표지의 소설 <미싱> 때문에 알게 된 작가 혼다 다카요시. 투명하면서도 뭔가 흐릿한 느낌의 그의 작품들은 봄에 출간된 <모먼트>를 통해서도 그 느낌은 하나로 이어진 선처럼 연결되었다. 그리고 <파인 데이즈>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의 표지에는 다음의 문장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분명, 존재했을 당신만의 어느 멋진 날은 어느새 수많은 어제가 되어버렸다."

단어 한 글자 한 글자 문장 전체가 큰 울림처럼 다가온 저 문구는 <파인 데이즈>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장을 덮고 나면 더 깊숙이 다가온다.

첫 번째 소설, <파인 데이즈>는 고등학교가 주인공이다. 청춘의 그 어느 파인 데이즈를 생각하게 하고 끝을 맺는다. 아름다움은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이기도,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낳으며. 두 번째 이야기 <예스터데이즈>는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설명 텍스트를 보니 정말 영화화 되었단다. 아버지의 첫사랑 그녀를 만나던 그 세계는 과연 허구일까, 아니면 현재를 살고 잇는 그의 세계가 허구일까. 이 이야기를 읽으며 세상 속의 세상,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나친 걸까. 세 번째 이야기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사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각자의 상처 때문에 무언가 서로를 향한 뜨거운 연대감을 느끼면서도 대면대면 구는 두 남녀의 태도와 문체가 나와 닮아 있어서일까, 각자의 자의식이 사라진 채 억눌려 있는 두 주인공의 삶 또한 애련하고 안타까우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이야기 <셰이드>는 '사랑은 어쩌면 참 많이 다르고도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소설.

각각의 단편소설들을 다 읽고 나면, 갑자기 나의 파인 데이즈는 언제였을까, 언제 일지하는 의문점 아니 궁금함 아니 달리 표현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산뜻하면서도 맑기만 한 느낌은 아니고, 세상의 상처를 다 포옹하려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살짝 느껴지면서 책을 덮었다.

뭉클하면서 아련한 소설. 파란 하늘이 예뻐서일까, 책이 슬퍼서일까. 마지막에 눈가에 젖어드는 눈물은 아무래도 외로워서인가보다.
 

3. 나는 누구인가,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지음, 2009년 11월 출간

▲ 보통의 존재
인터넷 서점에 작가 이석원의 소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이석원: 최근작 : <보통의 존재> <언니네이발관>
1971년생. 나이 탐험가. 서른여덟의 나이에 데뷔작을 낸 무명의 작가.

짧은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석원 그를 설명하기에는 많은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언니네이발관>이라는 그룹의 뮤지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따금 고개를 내미는 그를 두고 약간은 까칠하다고들 말하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그는 참 글을 잘 쓴다는 거다.

그만의 깊은 사색과 고민이 문장 하나하나마다 그 빛을 발하며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이 책은 밑줄 치고 읽은 문장과 구절이 꽤 많았다.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감정의 입자들이 제각각 아름다운 선율을 울리며 평범한 우리의 마음을 울렸으며, 그의 팬은 더욱 많아졌을 게다.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보통의 존재’를 꿈꾼다.
어찌 보면 그의 목표가 우리보다 훨씬 담대한 것은 아닐까.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세상의 수많은 두려움 중에서
아주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것,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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