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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 없는 맑은 바람, 시詩로 오신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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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 없는 맑은 바람, 시詩로 오신 부처님
  • 신용섭 기자
  • 승인 2012.03.03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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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 스님의 '맨발로 오신 부처님'

전태일문학상 특별상 수상 시인, 재야 시민활동가, 실천불교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효림 스님의 모든 역량이 녹아있는 장편서사시《맨발로 오신 부처님》이 출간되었다. 43년을 수행자로 살면서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고백하는 저자는 그래도 늘 부처님 말씀에 감동 받는 스스로가 대견하다며 수줍게 말한다. 그 감동에 이끌려 저절로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읊게 되었다는 효림스님의 진솔한 노래에 귀 기울여보자.

언어의 체로 거르고 거른 진리의 말씀
"저기 빈 들판 길을 홀로 걸어오신 분이 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맨발로”

부처님 재세 시,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운율에 맞추어 노래로 합송하여 기억했다. 그것은 고대 인도의 관습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진리의 가르침을 가장 맑은 언어인 시로써 표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 그렇게 제자들의 노래는 부처님 입멸 후, 5차례에 걸쳐 한곳에 모여 큰 울림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은 불교경전이 집필되는 토대가 되었다. 이후로도, 제자들은 끊임없이 부처님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뻐하며 노래했다. 그 중에서도 부처님 입멸 후 600년, 마명馬鳴 존자가 교조인 부처님의 생애를 그린 《불소행찬(佛所行讚, Buddhacarita)》은 모든 부처님 일대기를 다룬 저서들의 근간이 되는 고대 인도문학의 고전인데, 그 형식이 바로 서사시이다.

효림 스님이 쓴《맨발로 오신 부처님》은 현대판 《불소행찬》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순차에 따라 부처님의 일생과 가르침을 기술하면서도, 불제자로서 교조에 대한 찬탄과 감동이 시구 구절마다 자연스럽게 배어들어 있다.

▲ 맨발로 오신 부처님
부처님 가르침만을 따른 출가43년, 수행자의 시간이 빛나다
“어느 날 숲에 바람이 살랑거려/ 기분 좋게 시원한 때에 수행자들에게 둘러싸여/ 부처님은 이런 설법도 하셨다”

탄생부터 시작된 부처님 이야기는 성장사, 가족사, 출가, 고행, 열반, 가르침, 제자들, 열반까지 강물이 흘러가듯 이어진다. 시대적 상황은 달랐지만 그렇게 한 사람의 생애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움직이고 흘러가 죽음에 이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벌어진 일이고, 다가올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전 과정을, 효림 스님은 담담히 서술하면서도 매 순간 주인공이셨던 당당한 부처님의 모습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 더불어 각각의 시마다 저자 효림 스님이 붙여놓은 각주는 2500년 전 일어났던 일들을 현재 어떻게 이해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적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효림 스님은 시에서 무엇보다 부처님 법에 드러난 인간 평등사상을 강조했다. 불가촉천민, 하인, 기생, 살인마 등 부처님께서 제시하신 깨달음의 길에 차별이란 없었다. 더욱이, 여성 출가를 이야기하면서 ‘팔경법’ 운운하는 것은 부처님의 절대평등 사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아직까지도 팔경법을 따지는 비구 스님들을 질타하고 비구니 스님들에겐 더욱더 당당해질 것을 요구한다.

이처럼, 2500여 년 전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쫓는 수행자의 진솔한 시선은 지금 여기의 삶과 바로 맞닿아 있다. 교조 부처님과 그 제자인 수행자의 삶이 동시에 빛나는 이유이다.


저자: 임효림
저자이자 1968년 출가한 임효림스님은 전국 선원에서 운수납자로 수행했으며, 6월항쟁을 기점으로 재야 시민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등을 역임하였고, 성남 봉국사 주지, 만해마을 사무총장 등의 소임을 맡았으며 현재 경원사에 거주하고 있다. 백담사 회주 오현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시를 공부한 효림스님은 2002년 불교잡지 <유심> 봄호에 「한 그루 나무올시다」 등의 작품을 게재하여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흔들리는 나무』『꽃향기에 취하여』『그늘도 꽃그늘』을 비롯하여, 산문집 『그산에 스님이 있었네』, 『그곳에 스님이 있었네』, 『사십구재』『문수보살의 뺨을 때리다』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가하였다. 전태일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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